03. 시드니여행 : 좋아했던 것들을 함께 -
1년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 같은 친구와 함께 있으니 여기가 시드니인지 서울 우리 동네인지 헷갈렸어요.
하지만 밖으로 나가보니 시드니의 햇살은 곧 여름이 다가온다 예고를 하듯 뜨거웠고 이색적인 건물과 간판은
나 여기 시드니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오늘은 시내 근처 호텔에 묵기로 했어요. 시드니는 집값이 굉장히 비싸서 친구처럼 유학, 워킹홀리데이 등
잠시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쉐어하우스에 묵는다 하더라구요. 친구가 묵는 곳은 총 3명의 친구가 함께 살고 있는데
너무 영어를 잘 하는 호주 사람들이라 제 친구가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실력이 엇비슷하거나 혹은 쪼끔 더 잘하는 정도여야 슬쩍 가서 말도 걸어보고 대화에 껴보기도 할텐데 그들만의 세상에 차마 낄 수가 없다는 거죠;
전화로 얘기만 들었을땐 "그래도 가서 친해지려고 해봐!" 라고 섣부른 소릴 지껄였지만(지금 생각하니 지껄인거였음;) 막상 가서 내가 겪어보니 쉽지 않은 일이겠더라구요. 밤마다 그들끼리 부엌에서 하하호호 afjiefjaijgalgjaeiofaopqdgja;da ~블라블라 수다 떨고 있는데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이 껴버리면 그들도 불편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는 날은 숙소를 잡기로 했습니다.
첫번째 계획은 시드니 피쉬마켓. 예정에 없던 곳이었지만 수다 떨다가 얘기가 나온 이 곳은 한국의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곳이에요. 해산물을 너무너무너무x2 사랑하는 저는 다른 곳 다 필요없고 여길 꼭 가고싶다고 말했죠. 1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엄청 많더라구요. 입구부터 설레임에 심장이 두근두근~
한국의 노량진수산시장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분위기가 완전 다르죠?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진열을 해두었는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어요. 그리고 가격이 전부 써있으니 사장님과 흥정할 일도 없고 편하더라구요. 뭐 흥정하면서 멍게,개불 몇 개 서비스 받는 것이 한국 수산시장의 매력이긴 하지만요. 오징어튀김이나 가리비구이 등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는 것도 있어 먹을게 무궁무진했습니다. 게다가 바틀샵이 있어 맥주나 와인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마실 수도 있구요.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와인, 샴페인은 냉장고 안에 칠링되어 있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드니에서 경험해본 바틀샵은 정말 사랑이네요.
우리의 두번째 계획은 클럽. 이 친구랑 여행을 할때면 항상 그 나라의 클럽을 가는데요 심지어 클럽을 위해 스페인 이비자를 가기도 했던 마음만은 클러버들입니다. 처음엔 부스팅을 위해 스페니쉬 펍을 갔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만 전 스페니쉬 펍이 훨씬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 노래가 좋고 춤이 좋아서 온 사람들이 모인 기분이랄까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노래 스타일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요. 이비자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들 떼창하는데 우리만 뻐끔뻐끔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위에 영상은 아이비 클럽이라는 곳이었는데 시드니에서 엄청 유명한 클럽이라고 하더라구요. pool bar 도 있는데 그건 입장료가 다름; 힙합 노래도 나오고 예~전 소싯적(?) 한국 나이트클럽에서 듣던 노래들도 나오고... 약간 지루하던 참에 누가 와서 공연을 하는데 사람들 반응이 어마어마 한거예요. 잠실 체조경기장인줄? 뭐야뭐야~ 누군데? 누군데 저래~ 하고 음악검색으로 찾아봤더니 #jaysean 이라는 영국가수였어요. 게다가 어마무시하게 유명한 분이더라구요. 나이트클럽 놀러갔다가 빅뱅보고 온 기분이랄까? 여하튼 빅뱅도 내가 모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데 노래가 너무좋고 라이브를 감동받을만큼 잘해서 졸지에 입덕하고 왔습니다.
불과 2-3년전까지만 해도 밤새는 게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지금은 새벽2시만 돼도 눈이 동태눈깔이 되어서 씻고 잘시간이다 라고 신호를 보내더라구요. 우리의 야심찼던 클럽투어는 예상치못한 행운과 이틀짜리 피곤을 함께 얻고 끝이 났습니다.
jay sean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