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수록 웃는 일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놀랄 일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슬플 일에도 크게 슬퍼하지 않고 웃을 일에도 크게 웃음이 나질 않더라구요; 어른들이 10대 친구들을 보면서 낙엽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는 때라고 하잖아요. 지금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친구들과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졌던 것 같아요. 별거 없는 일에도 웃음이 넘쳤던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감정표현에 인색해진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네요.
어제 잠들기 전 문득, 매일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모르고 지나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매일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지 않나요? 다만 그 감정을 무심결에 흘려보내는 것 뿐이죠. 그래서 오늘은 내가 일상에서 자주 하고, 좋아하는 시간들을 적어보려고 해요.
# 일주일에 두 번 내 몸을 위한 시간
일주일에 두 번은 조금 더 빨리 일어나 운동을 가요.
별다른 일 없으면 빼먹지 않고 가던 필라테스가 벌써 5년째이네요.
필라테스 운동이 다이어트에 좋다 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지만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데는 분명 아주 큰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굽은 어깨가 교정되고 걸을 때나 앉을 때 자세를 신경쓰게 되고,
속도는 느리지만 몸은 분명 변화되었어요. 마른 사람이 아닌 건강한 사람으로!
하지만,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건 여전히 죽을 맛이긴 하네요.
# 아침에 눈뜨자마자 모닝커피
아침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도 많지만
저는 눈뜨자마자 몽롱한 상태에서 커피향으로 잠을 깨우는 아침시간을 너무 좋아해요.
커피를 마시면서 멍 때리기도 하고 널어놓은 빨래를 개기도 하고 그날 할 일을 생각하기도 하죠.
몸에 좋다는 tea를 마시는 습관으로 바꿔보려고 하는데 쌉싸름하고 고소한 커피향이 아직은 더 좋은 것 같아요.
# 웹툰이 허락된 시간, 코인세탁방
이불빨래을 하러 종종 코인세탁방을 가곤 하는데요
코인세탁방에 갈때면 마치 오락실에 가는 것처럼 설레여요. (실제로 제가 가는 세탁방엔 오락기가 있기도 해요ㅋ)
탁탁탁탁 세탁기 건조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일주일동안 묵혀두었던 웹툰을 몰아보죠.
그럼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몰라요.
평소에 웹툰을 보면 시간 낭비하는 것 같은 마음에 괜히 찔리는데
코인세탁방에서 빨래를 하는 시간만큼은 나에게 웹툰을 봐도 된다 허락된 시간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일요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시간들을 글로 써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종종 행복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평소엔 익숙해서 그냥 스쳐지나갔던 일들도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의미있는 시간이 되죠.
행복을 느끼는 나의 안테나가 조금 더 예민해질 수 있도록 높이 높이 세워야겠어요.